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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기의 갯벌 <3>고성군 마동호 갯벌
'철새 천국'이 '죽음의 호수'로
"농업용수 확보·교통불편 해소" 방조제 공사
흙탕물 확산 재첩 등 급감… 어민생계 타격
농림부, 환경피해 조사 위해 공사 잠정중단
경남 고성군 마암면 마동호 갯벌. 바람에 파도처럼 일렁이는 갈대숲이 드넓게 펼쳐져 있다.
경남 마산~통영간 14번 국도를 타고가다 고성군 마암면에서 한적한 오솔길로 접어들자 어른키보다 큰 갈대숲이 취재진의 앞을 가로막는다. 고성군 마암면 마동호 갯벌이다. 마동호 갯벌은 광활한 갈대숲으로 둘러싸인 철새들의 천국이다. 이곳은 조수보호구역으로 지정돼 있다.
바람에 파도처럼 일렁이는 갈대숲 사이로 펼쳐진 갯벌에는 일군의 마을 아낙들이 조개를 줍느라 부산하다. 바구니 속은 어느새 새까만 재첩과 바지락으로 그득하다. 아낙들이 지나간 발자국 옆은 붉은발 사각게들의 공간이다. 앞발로 뻘을 떠먹으며 오염된 갯벌을 깨끗하게 목욕시키고 있었다.
붉은발 사각게.
이처럼 갯벌의 넉넉한 품속에서 자연과 인간은 하나가 돼 있었다. 이곳에 있는 광할한 갈대숲은 생명을 잉태하고 키우는 어머니의 자궁역할을 수행하고 있는 셈이다. 여름이면 왜가리 등 여름 철새들이, 겨울이면 희귀조인 저어새 등이 사이좋게 번갈아 가며 이 곳을 찾는다. 비바람을 막아주고 부화하기 전까지 철새들의 알을 따뜻하게 보호해주는 역할은 까마득한 옛날부터 마동호 갈대숲에 부여된 임무 중 하나다.
갈대숲 앞에 세워진 '조수보호구역'이라는 입간판은 이 곳이 사람과 철새들이 더불어 살아가는 공간임을 웅변해 주고 있다. 겉으로 보기에 평화로운 이 곳도 바야흐로 시련기를 맞고 있다. 이곳으로부터 하류쪽으로 4~5㎞ 밖에는 이곳을 포함한 주변지역을 거대한 담수호로 바꾸는 공사가 진행중이기 때문이다. 농업기반공사가 지난 2002년 말부터 370억원을 들여 시행중인 마동호 방조제 건설공사는 고성군 마암면~동해면(800m)을 연결해 막는 공사로, 2012년 말 공사가 끝나면 408㏊가 담수호로 변한다.
고성군 마암면 하산리 갯벌에서 재첩잡는 아낙.
기반공사 관계자는 "담수호가 생기면 주변 1400㏊ 농지에 안정적으로 물을 공급할 수 있고 풍수해도 막아주는 한편 제방 위에 4차선 도로까지 연결해 교통불편도 해소하는 효과를 거둘 수 있다"고 밝히고 있다. 이렇듯 좋은 취지지만 바다 생태계 물꼬가 바뀌는 대역사라는 점에서 어민, 환경단체들의 반대운동이 수년째 이어지고 있다. 급기야 지난 8월 중순 승인기관인 농림부는 환경피해 조사가 선행돼야 한다며 공정 20%에서 공사를 잠정중지시킨 상태다.
박영호 마동호 비상대책위원장은 "공사가 진행되는 곳은 어류의 산란장인 데다 많은 양식장이 있으며, 공사가 완료된 뒤에는 마동호 주변 바다의 생태계가 파괴돼 어민들이 막대한 손해를 입게 된다"며 반대입장을 분명히 했다. 공사현장 주변 갯벌에서 만난 주민들의 말을 통해 이같은 사실을 일부나마 확인할 수 있었다. 고성군 마암면 일대 갯벌에서 재첩잡이를 하는 김분이(62)씨는 "공사가 시작된 이후 물길이 바뀌는 바람에 하루 10만원 벌이도 거뜬했던 재첩잡이가 이제는 2만원 벌이도 채 되지 않는다"며 울상을 지었다.
방조제 공사와 이를 연결하는 진입로 공사 때문에 갯벌과 바다의 상당부분이 매립되면서 빚어진 단면이다. 특히 주변 갯벌은 주민들의 수입원인 파래가 많아 푸른색을 띠고 있는데 이 파래도 공사 이후 흙탕물 등이 흘러들면서 서식면적이 서서히 줄고 있다. 마동호 주변지역에는 바지락, 굴을 양식하는 마을어장이 125㏊, 굴양식(투석식)이 24㏊, 굴 수하식 양식이 21㏊, 미더덕 4.8㏊, 피조개 8㏊가 있어 그 피해는 상상을 초월할 것이라고 주민들은 전했다. 편리함을 강조하는 인간에게 자연도 그에 상응하는 대가를 요구하고 있는 것이다.
공사 현장도 도처에서 문제점을 드러내고 있었다. 돌과 흙으로 제방을 쌓아 바다를 매립해 들어가는 현장 주변은 흙탕물 확산을 막기 위해 부이로 된 오탁방지망이 설치돼 있지만 제역할을 하지 못했다. 방지망의
농림부가 지난 8월 중순 공정 20% 상태에서 공사를 중단시킨 마동호 방조제 건설현장.
줄이 끊어져 있거나 상당수 부이가 소실돼 있는 등 허술하기 짝이 없었다. 이로 인해 토석이 쉴새없이 부딪혀오는 파도에 씻겨 나가면서 주변 바다가 황토빛을 띤 채 오염되고 있었다.
마창환경운동연합 백운길 공동의장은 "마동호가 완공된 뒤 풍수해 때 담수가 일시에 방류될 경우 주변 침수 등 피해가 일어나고 생태계도 돌이킬 수 없는 지경에 빠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경기도 시화호·화옹호처럼 가둬둔 물이 썩거나 오염될 가능성이 커 생태계에 치명적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게 그의 발언 요지다.
참다 못한 마암·동해·거류면 등 연안주민 200여명이 지난 9일 고성읍 공설운동장에서 마동호 사업중단을 요구하는 대규모 집회를 갖는 등 마동호 방조제 공사를 둘러싼 갈등이 갈수록 첨예화되고 있다.
박동필기자 dppark@kookje.co.kr
박동필기자 dppark@kookje.co.kr
기사등록일자 [2005/10/07 2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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