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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4년 3월 22일 월요일 국제신문 오피니언에 실린 박청길 낙동강보존회 상임이사님의 칼럼입니다.
낙동강 오염과 하류 식수원
오늘은 유엔이 정한 '물의 날'이다. 우리나라는 좁은 국토와 높은 인구밀도, 여름에 집중되는 강수량 등으로 이용 가능한 수자원이 극히 제한적이다. 사막 국가인 리비아, 모로코, 이집트 등과 함께 세계적인 '물 부족 국가'로 분류돼 있을 정도다.
특히 400만 부산 시민은 물 부족과 함께 오염된 낙동강 하류를 상수원으로 사용한다는 점에서 '물 문제'는 최대의 지역 현안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우리나라 주요 도시의 상수원은 대부분 4대 강의 지표수에 의존하고 있다. 산업화와 도시화가 본격적으로 진행된 1970년대 이전에는 수질이 양호해 4대 강 상류부터 하류에 이르기까지 구간에 관계없이 상수원으로 사용할 수 있었다.
그러나 산업화가 본격 진행되면서 '낙동강 페놀 유출' 등 수질 오염과 관련된 각종 사고가 빈발하자 정부는 강의 전 구간을 상수원으로 관리하는 것이 사실상 불가능하다고 인식하기 시작했다. 이에 따라 국무총리 수질개선기획단을 중심으로 관계 부처가 한강 낙동강 금강 영산강 등 4대 강 물 관리 종합대책과 특별법을 마련하기에 이르렀다.
주요 조치는 먼저 강 하류에 있던 상수원을 모두 상류의 댐으로 옮긴 것이다. 또 댐 주변과 상류를 △상수원보호구역 △특별 대책지역 △수변 구역 등으로 지정해 상수원을 집중 관리하고 있다. 그 결과 강 하류의 물을 상수원으로 사용하던 인천과 목포를 포함한 대다수 지역은 페놀과 같은 유독성 공장폐수가 섞이지 않는 안전한 상수원을 항구적으로 확보할 수 있는 혜택을 입게 됐다.
그러나 상수원 주변 및 상류지역 주민들은 토지이용 제한 등 재산상의 불이익을 받을 수밖에 없게 됐다. 이에 따라 '4대 강 물 관리 특별법'에는 공장 축사 음식점 숙박시설 등의 설치를 제한 받는 상류지역 주민들의 불이익을 보상하기 위해 상류 댐의 물을 상수원으로 이용하는 하류지역 주민에게 물 이용 부담금을 부과해 징수하도록 규정해 놓았다.
문제는 낙동강 하류에 사는 부산 시민들이다. 부산 시민들은 상류댐 물을 상수원으로 사용하지 못한다. 여전히 하류의 오염된 물을 정화해 식수 등으로 이용한다. 또한 경남 양산시 물금 수역의 상수원을 보호하기 위해 정부 당국이 적절한 보호 조치도 취하지 않아 페놀과 같은 유독성 공장폐수에 의한 식수 오염의 위험에 계속 노출돼 있는 실정이다. 그런데도 특별법에 의해 물 이용 부담금만 더 내고 있으니 형평성 면에서 문제가 아닐 수 없다.
부산 시민에게 물 이용 부담금을 징수하려면 물금 수역 주변은 물론 그 위쪽을 상수원 보호구역과 수변구역 지정 등의 상수원 보호 조치를 취해야 마땅하다. 만약 하류의 상수원을 보호하기 위해 낙동강 전 구간을 상수원 보호 조치로 묶을 수 없다면 한강 하류의 인천시나 영산강의 하류의 목포시처럼 상류댐 물을 상수원으로 사용할 수 있도록 정부당국이 조치를 취해야 옳다.
물론 낙동강 상류의 특정 댐 하나로는 부산시의 상수원 수요량을 충당할 수 없다. 때문에 경남의 남강댐과 합천댐에서 일부분씩 분담해 공급해야 한다. 두 곳의 댐에서 하루 100만 t 정도를 상수원으로 활용할 경우 낙동강 본류로 방류되는 수량 감소로 인해 낙동강 수질이 악화될 것이라는 우려도 제기됐다. 그러나 연구 결과 그 영향은 미미한 것으로 이미 나타났다.
4대 강 물 관리 특별법이 시행된 이후 공장폐수로 오염된 강의 하류 물을 전적으로 상수원으로 사용하는 도시는 국내에서 오직 부산뿐이다. 또 강 하류에 상수원을 두고는 중·상류 지역의 경제 활성화를 위한 활동 역시 자유로울 수 없다. 마찬가지로 강 상류에 공단을 두고는 공장폐수에 의한 하류 상수원의 오염을 피하기 어렵다.
낙동강은 국내 다른 강에 비해 수량은 충분하지 않으면서 주변 지역의 물 수요량은 많다. 이에 보태 강의 중·상류에 대도시와 공업단지가 산재해 하류의 상수원 수질관리에 어려움이 크다. 해법은 간단하다. 다른 3대 강 상수원 관리대책의 기본원리를 낙동강에도 적용하면 된다.
박 청 길
낙동강 보존회 상임이사
부경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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