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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에 옮긴 글은 중앙일보 강찬수기자가 `가뭄과는 무관한 댐 건설`이란 제목으로 최근 정부가 소규모 댐 12곳 건설방안을 내놓은 것과 관련하여 쓴 것입니다. 부산사람들도 한번씩 읽고, 우리 부산의 입장을 곰곰히 생각해 봐야 하지 않을까 하는 마음에서 전문을 옮겨 싣습니다.
" 건설교통부가 2011년까지 건설하겠다는 전국 12곳의 댐 후보지가 11일 공개됐다. 얼마 전 90년만에 겪는 최악의 가뭄 속에서 건교부가 가뭄 해결 대책으로 내놓았던 것이 구체화 된 셈이다.
하지만 댐 건설이 곧바로 가뭄 해결로 이어질 것인지는 냉정히 따져봐야 한다. 지난달 하순까지 이어진 가뭄으로 나타난 피해는 주로 식수와 농업용수 부족.
제한급수에 따른 식수, 생활용수 부족으로 고통을 받은 인구는 시기에 따라 들쭉날쭉 했지만 전국적으로 19만 명을 넘지 않았다. 가뭄이 들지 않았더라도 섬이나 내륙 산간지역 주민 10만여 명은 항상 봄 가뭄에 제한급수를 받아 왔다.
가뭄으로 모내기를 제 때 못하고 심어 놓은 벼가 타 들어간 농경지는 전국적으로 5만여 ㏊. 전체 논 면적 1백15만 ㏊의 5%가 채 안 된다.
직접 피해를 당한 입장에서는 큰 고통이었겠지만 90년만의 가뭄에도 불구하고 이 정도의 피해라면 지금까지 가뭄에 대비해온 정부의 노력에 후한 점수를 줘도 될 것 같다.
그런데 건설교통부는 가뭄을 맞아 기다렸다는 듯이 12개의 댐을 건설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나섰다. 2006년에는 우리 나라에서 연간 4억㎥, 2011년에는 20억㎥의 물이 부족할 것으로 전망되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그렇다면 댐 12개가 건설돼 연간 12억8천만㎥의 물을 추가로 공급되면 가뭄 문제가 없어질 것인가. 대답은 `아니다`이다.
당장 이번 가뭄에서 보듯이 환경부가 가뭄 속에서도 오히려 팔당호 수질이 더 좋아졌다고 자랑할 정도로 한강에 물이 넘쳐흘러도 농업용수 부족, 생활용수 제한급수는 나타났다. 화천댐 상류지역이나 임하댐 상류지역, 소양댐 하류지역 등 거대한 댐을 곁에 두고도 다른 곳보다 심한 가뭄 피해가 발생했다.
물은 높은 곳에서 낮은 곳으로 흐를 뿐, 높은 곳으로 거꾸로 흐르지 않는다.
한강 물이 넘쳐나고 댐에 물이 가득 차 있어도 농업용수를 공급하려면 하다 못해 양수기로 끌어올려야 한다. 그러나 그것도 가까운 곳이면 몰라도 멀리 떨어진 산골짜기까지 물을 공급하기는 어렵다.
댐 건설은 이번 가뭄에서 나타난 농업용수 부족 문제를 직접 해결하지 못한다. 농업용수나 농촌지역의 생활용수를 확보하기 위해서는 커다란 댐보다는 물이 필요한 해당 지역 상류의 골짜기, 계곡 등에 작은 저수지를 건설하는 것이 훨씬 도움이 된다.
댐 건설은 도시 생활용수나 공업용수를 공급하는 데 적당하다. 광역상수도처럼 거대한 송수관을 설치해 정수장을 거쳐 각 가정과 사무실, 공장으로 물을 보낼 수 있다.
그런데 정부는 2011년까지 생활용수 수요가 12억7천만㎥, 공업용수 수요는 6억7천만㎥이 더 늘어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정부의 전망이 전적으로 옳다고 보면 20억㎥ 가까이 늘어날 생활용수, 공업용수 공급은 댐 12개를 건설하는 것으로도 부족하다.
12개의 댐을 건설하는 데 대해서도 지역주민이나 환경단체의 반발이 거센 상황에서 댐을 추가로 건설할 수 있을까. 어차피 물 부족 문제를 해결할 새로운 방법을 찾아야 한다. 빗물을 활용하든지, 중수도를 도입하든지, 절수기기 보급을 확대하든지 해서 물 수요 증가를 억제해야 한다.
정부는 또 2011년까지 농업용수 수요가 1억2천3백만㎥, 하천 유지용수 수요는 9억4천6백만㎥이 더 늘어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하천 유지용수는 하천에 어느 정도의 물이 일정하게 흐르도록 해서 물고기 등이 살 수 있는 하천 생태계를 유지하고 하천으로 들어오는 오.폐수를 희석시키기 위한 것이다.
농업용수와 하천 유지용수 수요증가로 인해 물 부족이 나타날 수도 있다. 그러나 이 문제는 농업용수 절약과 이용 효율을 높임으로써 해결할 수 있다. 농업기반공사 등에 따르면 전체 농촌 용수로와 배수로의 74%가 흙으로 만들어져 있어 공급과정에서 새나가는 농업용수가 전체의 30∼40%로 추산되고 있다.
또 저수지, 보(洑), 관정(管井) 등 농촌수리시설 가운데 준공된 지 30년 이상 된 것이 51%를 차지하고 있고 당장 보수·보강공사가 필요한 것도 47％에 이르고 있다.
이 때문에 농촌 수리시설의 현대화와 농업용수 관리기술의 과학화, 물을 절약하는 농법을 도입해 한해 1백50억㎥이 넘는 농업용수 공급량의 10%만 절약한다면 15억㎥의 여유가 생긴다. 농업용수와 유지용수 수요증가를 해결할 수 있는 것이다.
이런 점에서 농촌진흥청 작물시험장 강양순(姜良淳) 수도재배과장의 말을 귀담아 들을 필요가 있다.
그는 "논물을 항상 가득 채워둬야 한다는 생각은 잘못된 것"이라며 "벼를 심고 제초작업을 한 뒤에는 열흘에 한번씩 논바닥을 적실 정도만 물을 공급하면 된다"고 지적한다. 절수재배 방식을 써도 벼 생산량은 줄지 않을 뿐만 아니라 평소에 논을 비워두면 빗물을 최대한 담을 수 있어 빗물을 최대한 활용할 수 있고 홍수예방 효과까지 거둘 수 있다는 것이다.
강 과장은 또 "밭농사의 경우 우리도 이스라엘이나 미국처럼 작물의 뿌리에 꼭 필요한 물만 방울방울 뿌려주는 점적관수(點滴灌水)농법을 도입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한다.
결국 정부가 눈앞의 가뭄만을 핑계 대고 댐 건설에만 연연한다면 물 부족 문제 해결은 백년하청(百年河淸)일 수밖에 없다. 특히 정부가 댐 건설 후보지를 밀실에서 결정해 지방자치단체에 일방적으로 통보하는 것은 주민의 반발만 불러올 뿐이다.
물은 위에서 아래로 흐르지만 물 문제 해결방안은 당장 물이 부족한 지역에서부터 찾고 해결이 안될 때 중앙정부로 모아 가야 한다. 시.군.구별로 물이 얼마나 필요할 지, 부족한 물은 어떻게 공급할 지를 파악하고 이를 바탕으로 정부가 유역별로 필요한 계획을 수립토록 해야 한다. 이것이 물을 효율적으로 공급하고 주민들의 반발도 줄이는 길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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