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 번째 게시물

   
박청길 님께서 남기신 글입니다
   
태풍도 막아주는 일본
   
태풍도 막아주는 일본

박청길

금년여름에 북태평양 남서부해역에서 예년처럼 이십 여 차례 발생하여 그중에서 한반도 쪽으로 북상하던 태풍의 대부분을 일본이 막아주는 바람에 한반도에 직접 영향을 미친 것은 제15호 태풍 ‘고니’ 하나뿐이었다.
그 덕택에 태풍에 동반된 강풍과 폭우에 의한 피해는 적게 입었으나 강수량이 평년대비 절반에도 못 미쳐 극심한 가뭄에 시달리게 되었다.
일본은 지리적으로 보면 한반도의 동쪽과 남쪽을 방파제처럼 둘러싸고 있기 때문에 태평양으로부터 몰려오는 태풍과 쓰나미는 막아주는 대신에, 근세에 들어 태평양으로부터 들어오는 선진서양문물을 먼저 받아들임으로서 이들이 한반도로 유입되는 것을 가로막고 있는 꼴이 되고 있다. 해양으로부터 밀려오는 서양문명은 마치 태풍과 같아서 이를 지혜롭게 대처하면 피해는 극소화하면서 풍부한 강수량을 얻는 혜택을 입을 수 있지만 대처를 잘못하면 태풍에 먹히고 만다.

7세기부터 14세기에 이르는 중세 암흑기에는 중국과 이슬람의 대륙문명이 유럽 서양문명에 비하여 우세하였다. 그래서 고대에서 중세에 이르기까지 한반도는 중국으로부터 대륙문화를 수입하여 우리식의 완결 편을 만든 후 이를 일본에 전수함으로 문화적으로 일본에 비해 우월한 지위에 있었다.

15세기 들어 유럽제국들이 해양개척시대를 열어 신대륙을 발견하고 18세기에는 산업혁명을 이룩함으로서 유럽의 서양문명이 동양의 대륙문명을 압도하게 된 이후에는 선진 서양문명을 먼저 받아들이는 나라가 근대화를 앞당겨 강대국이 되는 것이다.
1853년 7월 미국 페리제독은 네척의 거대한 흑선을 몰고 검은 연기를 뿜으면서 일본의 도쿄만에 처 들어와 개국통상을 요구하였다. 일본은 처음에는 완강히 거부하였으나 ‘만약 이를 거부하면 대포를 쏘거나 군대를 상륙 시키겠다’라고 협박하자 이에 굴복하여 1854년 화친조약을 맺고 1858년 미일수호통상조약을 맺음으로서 260년 동안의 쇄국정책을 깨고 서양문물을 받아들이기 시작하였다. 그후 일본은 명치유신이라는 정부주도의 근대화정책이 성공을 거두어 유럽열강과 어께를 나란히 할 정도의 제국주의 국가로 변신하였다.

일본은 미국에 의한 강제개국 후 18년 뒤인 1876년에 자기들이 미국에서 당한 방식 그대로 군대와 대포를 실은 군함을 거느리고 조선에 처 들어와서 강제로 개국시켰다. 개국이후에는 미국이 일본에 하던 것처럼 상호통상만하는 것이 아니고 조선에서 무력으로 각종이권을 침탈하다가 마지막에는 전국토를 강제로 빼앗아 가버리고 말았다.

1866년 7월 미국상선 제너럴셔먼호가 대동강을 거슬러 올라와 통상을 요구하였으나 평양감사 박규수는 좌초한 셔먼호에 화약을 실은 여러 척 배를 연결시켜 불을 붙여 떠내려 보내 셔먼호를 불태워 퇴치하였다. 1871년 4월 미국 극동함대사령관 로저스가 이끄는 군함5척이 강화도로 쳐들어왔다. 그때도 조선군의 완강한 저항으로 한 달 후 철수하고 말았다.

당시 청나라는 조선에서 일본과 러시아의 독주를 막기 위해 미국과 통상조약을 맺을 것을 적극 권했다. 청의 이홍장은 조선의 민씨정권에게 ‘미국은 세계 어느 나라 보다 가장 공평하고 또 재물이 많이 남아 남의나라 토지를 탐내지 아니하는 나라다’ 라고 이유를 설명하며 미국과 통상조약을 맺을 것을 권유하였다. 그후 1882년 교섭당사자인 조선대표를 완전히 배제한 체 청나라와 미국대표가 회담하여 조미통상수호조약을 체결하였다.
기왕 이렇게 미국과 통상조약을 맺을 바에는 차라리 좀 더 일찍이 일본보다 먼저 미국과 직접 회담하여 조약을 체결하고 서양문물을 먼저 받아들였더라면 일본에 의해 강제개국을 당한 뒤 나라를 송두리 체 빼앗기는 수모를 당하지 않았을 것이라는 회한(悔恨)이 뼈에 사무친다.

북한정권이 무너지고 통일의 기회가 왔을 때 우리나라가 단독으로 자주통일을 이루어야하는데 현제로서는 그럴만한 힘이 없어 결국 강대국의 힘을 빌려 통일할 수 밖에 없어 보인다.
만일 중국의 힘을 빌려 통일하게 되면 중국은 대동강과 원산을 잇는 선 이북의 옛 고구려땅을 차지하려할 것이다. 일본의 힘을 빌리게 되면 한반도전체를 다 차지하려할 것이다. 미국의 힘을 빌려 통일하게 되면 미국은 한반도에서 다른 이권은 챙겨갈지 몰라도 영토에 대한 야심은 없어 보인다.
동•서독으로 갈라진 민족 간에 주변국의 간섭을 배제한 민족자결원칙에 따른 협상을 통하여 성취한 독일의 자주통일이 부러울 따름이다.
(2015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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