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제27집 낙동강 수필
안바뀌는 세상
장종록(본회이사)
신선놀음하느라고 도끼자루 썩는 줄 모른다는 말이있다.
세종시니 4대강이니 큰돈 쓰는 토목공사에 매달려있는 동안 세상밑바닥은 좌향좌 그때의 관성이 붙은 채 굴러가고 있다.
정권이 바뀌면 무언가 나은 쪽으로 달라지는 신선한 느낌이 와야 되는 법인데 이 정권은 바뀌었는지 안 바뀌었는지 헷갈리게하는 구석이 너무 많아 보인다. 구름 잡는 소리는 늘어놓고 실용이니 뭐니 해가며 형체를 분명히 하지 않는 느낌을 줄때가 많다.
속칭 상부구조, 쉬운 말로 높고 좋은 자리는 차지해서 바뀐 것 같은데 하부구조, 쉬운 말로 일상생활 주변은 바뀔 낌새가 도통 보이질 않는다. 연예, 방송, 통신, 광고, 교통 같은 부분들은 우리 생활에서 떼낼수없는 일상(日常)인데 그게 그전 그대로 굴러가고 있으니 말이다. 흔한 예를 두어가지 들어보기로 하자.
누구를 위해 발목을 잡나?
교통신호는 연동시키는 것이 도로율도 높이고 사회적 손실도 줄인다고 되있다. 그런데 지난 정권은 신호를 토막내어 발목을 일일이 잡는 짜증나는 세상을 만들어 왔었다. 청신호가 떨어져서 가노라면 다음이나 그다음 신호대에서 적신호로 다시 붙는다. 이쪽은 적신호인데 앞쪽은 청신호로 바뀌는 속타게하는 곳들도 부지기수이다. 예를 들자면 부산~울산간 국도는 한때 마을 앞마다 적신호로 멈춰서게해서 운전자들 불만이 폭발직전에 이르자 중간의 일정구간을 연동구간으로 정해주고 “연동구간”이라는 표지를 달았었다. 그러니까 일부러 연동을 안 시켰다는 실토가 된 셈이었다. 왜 연동 안 시키느냐고 항의하니까 계속 달리면 사고가 날테니까 그런다는 것이었다.
정속으로도 계속해서 달리면 사고가 난다는 논리는 얼핏 근사하게 들리지만 따져보면 궤변에 지나지 않는다. 과속으로 인한 사고는 숱한 카메라가 단속하면 됐지 신호로 일일이 발목을 잡아서 될 일은 아닌 것이다. 오히려 규정 속도보다 훨씬 과속해서 달리면 신호에 잡히지 않게끔 되있어서 엄청난 위험을 자초하고 있는 셈이다.
시간낭비, 신호대기중의 공회전 기름낭비, 도로정체, 대기오염등 사회적 및 정신적 손실이 엄청나다, 공회전때도 기름이 주행때의 20%가 소모되며 매연의 추가발생으로 인한 대기오염이 누적되면 그 피폐가 얼마일 것인가? 국가의 총 온실가 배출량의 또 20%가 교통부문에서 발생한다는 통계도 있고 보면 말이다.
고속도로에서는 톨게이트를 지날 때 “하이패스는 나무한그루 심는 것”이라고 계몽하고 있다. 공회전을 그만큼 줄인다는 뜻일 것이다. 고속도로에서도 탄력을 붙여서 올라가야할 오르막 시점(始점)에 대부분 카메라가 설치되 있어서 부득이 감속을 한 다음에 오르막을 새로 가속해 올라가면서 기름을 퍼 넣도록 해놓았다.
결국 어떻게든 기름을 많이 소모하도록 고의로 짠 신호체계라는 의구심을 떨쳐버릴수가 없다. 그런 신호체계 때문에 정체가 극심해서 원성이 자자하던 극소수의 일부구간은 개선의 기미가 보이고는 있지만 대세는 그냥 그대로이다. 일일이 신호를 끊어놓고는 길거리에서 가취를 감추었던 교통순경들이 요즘 와서 드문드문 보이고는 있지만 안하던 짓들이 돼서 그런지 꾸어다놓은 보리자루처럼 그저 멍청하게 서있기만 한다.
정유회사에만 엄청나게 이득을 안겨주는 이런 신호체계를 고만하고 시행했던 책임자가 누구인지, 지금 어디에서 무엇을 하고 있는지 궁금하기 짝이 없다. 지금 어듸메서 잘 먹고 잘살고 계시는지?
짜증나는 어투들
방송에 나와서 시시덕거리는 면면도 그대로이고 짓들도 마냥 그대로인데 더구나 표준말이라고 시부렁대는 어투가 억양이 영 거꾸로여서 듣기 거북해 짜증이 났었는데 그 짜증이 아직 가실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심지어 바른 우리 말 알아맞히기 프로에서 조차 답을 맞히면 아나운서라는 전문직종에 있는 진행자가 정답입니다라고 예사로 웨친다. 어린이 프로도 재주많은 아이들 운운하며 기운차게 진행하고 있다.
광고쪽도 저들이 독차지하고 있어서 그런지 같은 어투들이다.
날개 돋힌다거나 빨리와서 가입하라는 것은 예사이고 뒤바뀐 억양을 높여 선전에 열을 올리고 있다. 운전중에도 GPS가 이동단속구간이 가까웠다고 버젓이 안내한다.
일상의 통신쪽도 사정은 매한가지이다. 핸드폰을 열면 고객이 통화 중이어서 연결이 되지 않아 어쩌구 안내목소리가 우렁차다. 믿고 찾을 수 있는 OO주유소 운운은 다반사이다.
금융기관에가서 현금인출을 해도 통장이나 카드를 넣어주십시오. 운운한다. 은행은 이미 은행이 된지 오래이고 아이들도 이제는 은행이라 예사로 말한다. 부산의 경우 지하철안의 안내방송이 아직도 곳곳의 지명을 억양을 뒤바꿔서 뒤바꿔놓고 있다.
바뀌지 않는다. 정말 질기게도 바뀌지 않고 있다.
똑같은 형태들
법원의 이상야릇한 판결들도 더욱 기승을 부리고 있다.
공공요금을 거의 30%나 훌쩍 올리는 행패도 그대로이다. 기름이나 가스의 산지에서 원유투매로 한때 가격이 급등하면 매스컴을 앞세워 호들갑을 떨어놓고 즉시 시중공급가를 껑충올리는 행패도 그대로이다. 현재 공급하고 있는 물량은 몇 달 전에 값이 오르기전에 사와서 정유한 것일 텐데 그러면 엄청난 그 차익은 어찌되는 셈인가. 단속해야 할 정부도 덩달아 세금수익이 늘어나니까 그런지 유구무언이다.
최근에 은행이 현금인출 수수료를 30%안팎으로 인상한 것은 또 무어란 말인가. 인프레를 조장하면 자기들이 가장 손해일텐데도 말이다. 114의 안내요금을 건당 120원이나 받는 배짱은 또 어떻게 나온 것인지...... 자기가 올리면 남도 따라 올릴텐데 말이다!
물가나 요금의 인상은 2~3%가 되어야 정상적인 세상이지 20~30%가 예사인 세상은 무엇인가가 잘못되어가고 있다고 보아야 한다.
이런 와중에서도 달라지고 있는 것이 하나있어 매우 비교가 되고 있다. 바로 일기예보이다.
한때 비가 온다하면 안 오고 안 온다하면 신통하게도 와사ㅓ 영 거꾸로라고 지탄이 극심했던 일기예보가 지탄을 면해보려고 하루에 네댓차례나 말을 바꾸면서 거의 일기중계나 하던 지설이 있었다. 비올 확률이 낮아졌습니다 또는 가능성이 적어졌습니다라며 궁색하게 둘러대며 지나던게 바로 엊그제까지였다.
다 밀어내고 얼토당토않은 자기편 건달들을 끼워놓아서 그랬던지 원성이 하늘을 찔렀다.
새 정권이 들어서 미국대학에서 유명 기상학자를 비싼 연봉주고 데려다 놓으니까 금새 나아지는 것이 아닌가. 다시 말하면 능력 있는 자로 책임자를 바꾸어야, 옳은 사람으로 사람을 바꾸어야 된다는 실증이 되었다. 구석구석에 자리를 뭉개고 박혀있는 부적격자들을 들춰내지 않고서는 결코 나아지지 않는다는 반증이기도 하다. 그러기 위해서 정권을 바꾸는 것이다.
원성과 짜증이 극에 닿지 않더라도 일상생활에서는 매사에 원칙과 표준이 주류를 이루게끔 일일이 개선해 나가야 세상이 편하고 살맛도 나는 법이다.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