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봉이 김선달 식 물장수
박청길
옛날에 봉이 김선달이 한양에서 온 상인들에게 교묘한 속임수로 대동강물을 팔아먹은 이야기가 전해 오고 있다.
김선달은 전과 같이 대동강 나루 근처 주막에서 재미있는 이야기와 낮술로 거나하게 취해있었다. 이때 주막 아낙으로부터 한양에서 대 여섯 명의 상인들이 평양성에 왔다는 얘기를 들었다. 순간 김선달의 머리에는 기발한 아이디어가 번개처름 스쳤다.
선달은 강가 근처에 나가 사대부집에 물을 길어다주는 물장수들을 불러 뫃아 시원한 막걸리를 건하게 대접하였다. 그때 선달은 자기가 하는 일이 잘되면 볼가에 물이 올라 터질 것 같이 보송보송한 평양기생과 함께 한잔하자면서 자기를 좀 도와달라고 애원하니 술기가 올라 기분이 좋아진 물장수들은 걱정 말고 어서 말하라고 재촉했다. 선달은 마지막잔을 내려놓으면서 “내일부터 대동강 물터에서 물을 지고 갈 때 마다 내게 한 닢씩 던져주게나” 하면서 엽전 몇 닢씩 나누어 주었다.
이튿날 선달은 의관을 정제하고 평양성 동문을 지나 물터에 이르는 길목에 의젓하게 앉아서 물장수들이 던져주는 엽전을 헛기침을 하면서 점잖게 받고있었다. 행인들은 선달이 돈 받는 모습을 보면서 고개를 꺄우뚱하며 지나갔다. 선달은 이튿날도 의관 정제하고 앉아 거만하게 물 값을 받았다.
해가 중천에 뜰 무렵 돈푼께나 있어 보이는 젊은 사내 대 여섯 명이 나타나 이 희한한 광경을 살피고 있었다. 엽전을 내지 못한 물장수 한명이 선달로부터 앞으로는 더 이상 외상은 안 된다며 호통을 치는 모습을 본 한양 상인들은 그 물장수에게 무슨 일이 있었는가 물었다. 그는 이 대동강물이 저 늙은 영감의 것인데 물 값을 치루지 못하여 봉변을 당했는데 내일은 밀린 물 값 열량도 가져와야겠다고 했다.
한양상인들은 어수룩한 노인을 적당히 구슬려 강을 차지할 작전에 들어 같다. 기름종이같이 반지르르한 장사꾼들은 선달을 꼬드겨 근처의 좋은 주막으로 데리고 갔다. 술이 몇 순배 돌아가자 대동강물의 흥정이 시작되었다. 선달은 이강의 소유권은 조상대대로 내려온 것인데 내 대에 와서 판다면 저 세상에 가서 무슨 면목으로 조상님들을 뵙겠나 하면서 완강하게 버티면서도 이를 물려줄 자식이 없음을 탄식하면서 계속 잔만 비웠다. 취중에 가격을 후려치려고 집요하게 흥정을 했으나 넘어갈듯 넘어갈듯 하다가 제자리를 맴돌면서 1000냥에서 시작하여 4000냥으로 올라가 이를 일시불로 받고 마무리하기로 했다. 그러면서 “내가 이곳 사람들에게 팔지 않고 한양서 온 젊은이들에게 판 것이 알려지면 내나 자네들이 큰 곤욕을 당할 테니 당분간은 조용히 하세” 하며 무거운 돈 4000냥을 둘러메고 빠른 걸음으로 사라졌다.
그런 일이 있은 후 200여년이 지난 1990년대에 들어 생수 또는 먹는샘물이란 이름으로 지하수를 취수하여 물리적 처리를 한 후 페트병에 넣어 시판되고 있으며 물 값이 같은 양의 석유 값에 맞먹는다. 사이다나 콜라도 아닌 맹물을 돈을 주고 사먹는 시대가 온 것이다.
1960년대 이전만 해도 우리나라 아무 계곡에 흐르는 냇물이나 어느 동네 샘물도 그대로 마실 수 있었다. 그 후 산업화와 더불어 강물과 지하수가 오염되고 수돗물에 대한 불신 때문에 더 깨끗하고 맛있는 물을 사먹겠다는 것은 사는 형편이 우리보다 낫은 선진국들이 해온 추세라고 치부할 수 있다.
그런데 몇 년전에 동해의 수심 200m 아래에서 해양심층수를 퍼 올려 먹는해양심층수 라고 하여 병에 넣어 판매하는 업자들이 나를 찾아와서 해양심층수에는 영험한 효능을 가진 성분이 들어있는데 먹으면 몸에 좋다는 것을 증명해주면 해수수질분석 연구비로 거금을 내놓겠다고 제안한 적이 있었다.
동해에는 수심 200m 아래에 수온이 1⁰C 내외로 차갑고 염분이 3.4% 정도되는 소위 동해고유냉수가 항상 고여 있다. 이 냉수를 이용하여 수온차발전을 한다든지 냉방용수로 사용하는 것은 한번 시도해볼만한 일이다. 그러나 심층해수를 일상적인 먹는 물로 팔아먹겠다는 발상은 봉이 김선달이 대동강물을 팔아먹는 것 보다 더 황당하고 위험천만한 일이다.
소금은 우리 몸에 꼭 필요한 성분이지만 너무 많이 먹으면 고혈압의 원인이되어 몸에 해롭다. 세계보건기구가 정한 하루소금섭취량은 6g 즉 1찻숟갈정도이다. 우리나라 사람들은 평소 김치나 젖갈 같은 염장식품을 즐겨먹고 또한 국물이 있는 탕 음식을 많이 먹기 때문에 하루소금섭취량이 15~20g으로 세계 최고 수준이다. 그러나 칼륨성분이 풍부한 채소를 많이 먹기 때문에 칼륨이 소금의 나트륨성분을 배설하도록 도와주기 때문에 심각한 후유증은 없는 편이다. 그런데 먹는해양심층수를 개발해 판매 하게 되면 이를 한 컵만 마셔도 그 속에 소금이 6g정도 들어있어서 이는 하루 소금 권장섭취량에 해당된다.
그간 여러 업체들과 동해안 지방자치단체에서 해양심층수를 마구잡이로 개발하여 먹는물, 소금, 화장품으로 만들어 판매해오다가 작년 2월부터 ‘해양심층수 개발 및 관리에 관한 법률’이 시행되면서 먹는해양심층수의 수질기준은 일반 먹는물수질기준에 따른다 라고 규정했다. 따라서 이 규정에 따라 먹는해양심층수는 심층해수를 채수하여 해수담수화 처리과정을 거쳐 모든 염분을 제거한 후 담수로 만들어 판매하게 되었다. 그러면 먹는해양심층수는 더 이상 해수가 아니고 탈염 처리한 담수이다. 해수를 담수화해서 먹는 물로 사용하는 곳은 물이 부족한 중동지방이나 우리나라 일부 섬마을에서 하고 있다. 이럴 경우 깨끗한 바닷물을 사용하면 될 것이지 구태여 해양심층수를 사용해야할 이유가 없다.
전 세계 오대양에 있는 해수는 표층수든 심층수든 간에 총 염분 농도는 지역에 따라 다소차이가 있으나 염류의 성분조성비는 거의 일정하다. 그래서 심층수라고해서 영험한 성분이 들어있는 것이 아니다.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