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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전국에 물벼락을 내리듯 쏟아진 비를 보면서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4대강 살리기'는 전반적으로 재고돼야 한다는 생각을 지울 길이 없었다. 앞으로도 여름철(우기?)만 되면 쏟아질 비의 양이 갈수록 올해보다 더 많아질 것을 생각하면, 낙동강에 보를 만들 경우 어떤 상황이 벌어질 것인지는 상상하기가 어려운 것이 아니다.
강을 살리겠다면서 강물 흐름을 막고, 마구잡이 준설로 강 생태계를 망가뜨리는 사업을 추진하는 정부의 어거지는 정말 무식의 단계를 넘어선다. 왜 반대하는 지에 대해서는 귀를 막고, 나라 장래는 어떻게 되든 대통령 말 한 마디에 의견조차 제대로 건의하지 못하는 듯한 국토해양부 장관에게 아무리 좋은 의견을 내더라도 먹혀들지 못할 테지만, 국민들은 이해관계를 떠나 정부의 '4대 강 살리기'사업의 위험성을 한 번 쯤은 진지하게 생각하고 돌이켜 볼 필요가 있다고 믿는다.
마침 조선일보 2009년 7월 23일자 <아침논단>에 강호정 연세대교수(사회환경시스템학부)가 "장마철에 생각하는 '4대강 살리기'란 글을 실었다. 전문가 입장에서 강살리기 사업에 대한 의견을 다루고 있어서, 이를 전재한다.
[장마철에 생각하는 '4대강 살리기]
강호정 연세대 교수·사회환경시스템공학부
이 사업을 통해 만들어질 파급 기술들은 무엇인가
22조원의 막대한 정부재원이 10년 후 어떻게 산업화되고
해외로 팔려나갈 기술이 될지 그 비전을 제시해야 한다
강은 인류의 역사와 함께 흘러온 존재다. 고대 중국의 하(夏)나라 우(禹)왕은 홍수를 잘 관리하고 치수에 성공하여 왕위에 올랐고, 반면 수양제의 무리한 운하 건설은 고구려 정벌 실패와 맞물려 제국의 멸망을 이끌었다. 강의 범람은 땅을 비옥하게도 하지만 또 큰 두려움의 대상이기도 했다. 이런 이유로 강을 어떻게 다스릴까는 단순히 기술적인 문제뿐 아니라 철학적인 문제이기도 했다. 유가(儒家)는 강물을 수로에 가두어 두는 것을 강조했고, 도가(道家)는 강물의 주기적인 범람을 허용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 오래된 논쟁은 현대의 과학적인 물 관리에서도 그대로 나타나고 있다. 높은 제방을 쌓을 것이냐, 아니면 자연의 이치에 순응할 것이냐 하는 문제이다. 흥미롭게도 유럽과 북미의 서구인들은 후자의 길을 택한 반면, 삼협댐을 쌓아올린 중국이나 우리나라는 오히려 하천을 정복해야 할 대상으로 생각하고 있는 듯하다.
이명박 정부는 강과 큰 인연을 가지고 있다. 청계천 복원과 대운하 공약은 정치적 성공의 핵심 화두였다. 이제 '4대강 살리기 사업'이라는 최종 구상에 이르렀지만 아직도 많은 논란에 싸여있다. 그 이유는 기존의 환경문제와 다른 측면이 있기 때문이다. 즉 기존의 환경문제는 경제발전의 논리와 생태 보전의 논리가 서로 충돌하여 일어난 문제가 대부분이다. 그러나 4대강 사업의 경우 경제적 효과 자체에 대해 의구심을 갖게 하는 측면이 많으며 그 때문에 한나라당 지지층의 상당수도 이 사업에 대해 반대하거나 의구심을 갖고 있는 것이다.
'살리기'라는 멋진 레토릭에도 불구하고, 4대강 사업의 본질은 보의 설치와 하천 준설을 통한 수량의 확보와 집중 호우 시 하천의 배수량을 증가시켜 홍수를 저감해보겠다는 것이 핵심 내용이다. 또 사회기반 시설에 집중 투자하여 침체된 경기를 부양하겠다는 것도 주 목적 중 하나이다.
전 지구적인 기후 변화가 현실화되고 전 세계의 경기 침체가 지속되는 현 상황에서 정부가 나서서 홍수 예방을 위한 대책을 내놓고 사회기반시설에 돈을 투자하여 경기 부양을 하겠다는 원칙 자체에 반대할 사람은 많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이 사업을 통해 생태가 살아나거나 수질이 좋아진다고 주장하는 것에는 동의할 수 없다. 하천은 그냥 물이 흘러 지나가는 수로가 아니라 상류에서 하류까지, 그리고 물과 주변의 땅이 서로 연결되어 있고 상호작용하고 있는 동적인 대상물이다. 이런 이유로 하천 생태학자들은 '하천의 연속성'이라는 개념으로 하천 상하류의 '소통'을 중요시하고 있다.
또 하천 바닥의 흙은 그냥 파내서 골재로 팔 수 있는 자원이 아니라 수많은 어류와 미소동물들이 서식하는 장소이며 미생물들의 활동으로 수질이 정화되는 장소다. 오염의 정도가 심한 일부 지역은 준설이 필요할 수도 있지만, 대다수의 하천에서는 준설은 생태계를 파괴하는 행위이다.
물론 4대강 살리기 사업의 마스터 플랜에는 기존의 하천정비 사업과 대비되는 다양한 생태적 고려들이 포함되어 있다. 예를 들면, 구하도를 복원하거나, 제외지의 농경지를 매입하여 자연상태로 복원한다거나, 제방을 후퇴시켜 범람원의 면적을 넓힌다거나, 큰 면적의 습지를 복원하겠다는 등의 제안은 매우 고무적인 계획이다. 그러나 다수의 보 건설과 대규모 준설이 생태와 수질에 미칠 악영향을 모두 해결할 수는 없다.
이 사업을 통해 만들어질 수 있는 파급 기술들이 무엇인지 명확하지 않은 것도 큰 문제다. 22조원의 막대한 정부재원이 투입되어 당장 경기만 좋아지는 것이 아니라 10년 후 이 경험이 어떻게 산업화되고 또 나아가 해외로 팔려나갈 기술이 될지에 대한 비전도 제시해야 한다. 미국이 우주 산업에 집중 투자하여 단순히 달나라에 사람을 보낸 것으로 그친 것이 아니라 일상생활에 사용되는 부수적인 기술들까지도 남긴 예에서 볼 수 있듯이, 4대강 살리기 사업의 결과물은 강의 관리가 끝이 아니라 다양한 원천 기술과 파급 산업을 만들어내야만 한다.
이 사업과 관련해서 논란이 지속되고 있는 이유는 계획 입안단계에서부터 제한된 전문 분야만 고려했으며, 정치적으로 결정된 목표를 세워놓고 이에 맞추어 실무자들이 일을 진행했기 때문이다. 지금 이 사업에 대해 반대의견이 많은 것은 홍보가 부족해서가 아니라, 사업의 마스터 플랜 자체의 논리적인 설득력이 부족하기 때문이라는 점을 이해해야만 한다.
하나라 우왕은 치수 사업에 전념했던 13년 동안 자기의 집에 한 번도 들르지 않았다는 전설이 있다. 여기서 방점은 집에 가지 않을 정도로 열심히 일했다는 것이 아니고, 13년이 걸렸다는 부분이다. 죽어있는 생명을 살리려면 많은 노력과 돈뿐 아니라 시간도 필요하다는 점을 잊어서는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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