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인 이명박’에게 한반도 대운하 건설은 오랜 꿈이었다. 하지만 이 꿈은 꿈으로만 머물게 됐다. 이 대통령은 19일 특별기자회견에서 “국민이 반대한다면 추진하지 않겠다”고 말했다.
기자회견 직후 국토해양부는 운하추진단을 아예 해체했다. 이 대통령의 한 측근은 20일 “대통령의 심경이 착잡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만큼 대운하에 대한 이 대통령의 애정과 신념이 각별했다는 뜻이다.
이 대통령과 대운하의 인연은 1970년대 말로 거슬러 올라간다. 그는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현대건설 사장(77~88년) 시절 독일의 라인강 운하를 보고 한반도 운하를 처음 구상했다”고 말하곤 했다.
그 아이디어를 구체화하기 시작한 건 이 대통령이 한나라당의 전신인 신한국당 국회의원이던 90년대 중반이다. 당시 이 대통령은 국회 대정부 질문 등에서 한강과 낙동강을 잇는 운하의 필요성을 역설했다.
이런 노력에 가장 먼저 맞장구를 친 건 이재오 전 의원이다. 이 전 의원은 “15대 국회 때 이 대통령한테서 대운하 얘기를 듣고 내가 무릎을 치며 ‘형님이 대통령 돼 그거(운하 건설) 하쇼’라고 말했다”고 말하곤 했다.
특히 대운하 공약은 대선 후보 경선에서 큰 힘이 됐다.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에게 밀리던 영남 지역에서 지지율을 만회하는 소재가 됐기 때문이다. 당시 이 대통령이 대운하의 장점을 집중 홍보하면서 경북 일부 지역의 땅값이 2~3배씩 뛰는 기현상도 벌어졌다. 당연히 이 지역에서 이 대통령의 인기도 올라갔다.
하지만 대운하 공약은 대선을 즈음해 ‘그늘’로 바뀌어 갔다. 그는 TV토론 때마다 대운하의 타당성과 경제성을 문제 삼는 경쟁 후보들의 공격에 진땀을 흘려야 했다. 대선 후엔 사정이 더 나빠져 인터넷과 불교계 등을 중심으로 대운하 반대 운동이 조직적으로 확산됐다.
그럼에도 이 대통령의 신념엔 변화가 없었다. 당선인이던 1월 “국민적 합의를 중시하겠다”고 했지만 정부는 국토해양부를 중심으로 끊임없이 운하 추진 방안을 모색했다. 반대 여론을 우회하기 위해 ‘치수대책’ ‘4대강 정비사업’으로 명칭을 바꾸기도 했다.
하지만 대운하 공약은 쇠고기 수입 논란으로 불거진 ‘촛불 여론’ 앞에 끝내 두 손을 들고 말았다. 한 측근은 “이 대통령이 청계천 복원 때의 경험 때문에 ‘반대 여론을 뚫고서라도 결국 추진하면 성공한 업적이 될 것’이라는 믿음이 있었던 것 같다”며 “하지만 쇠고기 파동을 겪으며 민의를 거스를 순 없다는 점을 깨달은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나머지 2대 공약도 삐걱=지난 대선 때 이 대통령의 3대 공약은 ▶한반도 대운하 건설 ▶대한민국 7·4·7 (연평균 7% 경제성장으로 국민소득 4만 달러 시대를 열어 세계 7대 강국에 진입) 전략 ▶과학비즈니스 도시 건설이었다.
대운하 공약이 꺾이면서 나머지 두 개도 삐걱거리고 있다. 정부의 한 고위 관계자는 “청와대 내에서조차 ‘7·4·7을 물가상승률 7%, 성장률 4%, 실업률 7%로 바꿔야 한다’는 자조 섞인 농담이 나온다”며 “과학비즈니스 도시도 대덕연구단지 측의 반발로 추진을 못 하고 있다”고 말했다.
남궁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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